취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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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를 뜻합니다.

맑고 향기롭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과 세상과 자연을 본래 모습 그대로, 맑고 향기롭게 가꾸며 살아가기 위한 활동과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 자연을 보존, 보호하는 일 등, 구체적인 실천행을 도모하여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뜻을 함께 하는 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순수 시민모임입니다.

1975년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무소유 사상을 설파하던 법정스님은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고 홀로 수행 정진하던 중 1993년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독립기념관, 창덕궁 부용정 연못의 연꽃이 모두 없어지는 기막힌 현실에 아연실색하며 '살벌하고 삭막한 현실에 푸근하고 향기로운 마음의 연꽃을 피우면 어떨까'하는 소박한 생각으로 순수시민운동을 주창하셨습니다.

시주의 은혜로 살아온 출가사문으로 "생전 밥값은 하고 가야겠기에 이 일 한가지만은 꼭 하고 싶다."며 모임을 발족하여,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아홉 가지 실천덕목을 바탕으로, 1994년 3월 26일 구룡사에서 첫 출발모임을 가졌다. 이후 전국 대중 강연회를 시작으로 연꽃 스티커를 나누며 서울, 부산, 대구, 경남, 광주, 대전 등지에서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이끌어 주셨고, 현재에도 많은 회원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발족 취지문

흔히들 마음을 맑히라고, 비우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마음을 맑히는 법이라고 얘기하는 이는 없다.
또 실제 생활이 마음을 비우고 사는 이처럼 여겨지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마음이란 결코 말로써, 관념으로써 맑혀지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선행(善行)을 했을 때 마음은 맑아진다. 선행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행위를 이른다. 내가 많이 가진 것을 그저 퍼 주는게 아니라 내가 잠시 맡아 있던 것들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행위 일뿐이다.
마음을 맑히기 위해서는 또 작은 것,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 불가결한 것만 지닐줄 아는 것이 바로 작은 것에 만족하는 마음이다. 하찮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노라면 절로 맑은 기쁨이 샘솟는다. 그것이 행복이다.  

인간이 적은 것에,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자연의 오염, 환경의 파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천연의 생수 등등 자연이 인간에게 무한정 베푸는 것에 비하면 인간은 자신들의 편리함, 편안함만 추구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지구는 중병을 앓고 있다.

인간들의 이기적 욕심이,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이 이제는 자신들의 생명마저 위협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 우리들, 인간들은 지혜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물질의 노예가 아닌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며, 만족할 줄 알고, 서로 손 잡을 줄 아는 심성을 회복해 가야만 한다. 이것이 참다운 삶을 사는 길이며, 삶을 풍요롭게 가꿔가는 방법이다.

깨달음에 이르려면 두 가지 일을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 하나는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 보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관리, 감시하여 행여라도 욕심 냄이 없도록 삿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 하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콩 반쪽이라도 나눠 갖는 실천행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어야 한다.

이 두 길을 함께 하고자 여러분께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을 제안하는 바이다.

※ 이 글은 1994년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모임 발족시 법정스님의 강연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모임을 만드신 뜻을 알 수 있는 글입니다.

발원문

일찍이 한 점 청정한 마음이 있어 청정한 마음을 불렀습니다.
일찍이 한 줄기 청정한 빛이 있어 청정한 빛을 이웃하였습니다.
일찍이 한 톨 청정한 풀씨가 있어 청정한 풀씨를 모았습니다.
청정한 마음은 사람을 지어내게 되었고, 청정한 빛은 하늘로 펼쳐지게 되었으며, 청정한 풀씨는 이 세상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우리들 본래의 모습은 이렇듯 거울 같은 존재로 감춰진 것이 없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자연은 아름다워, 사람은 그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여기에 먼지 한 티끌이 끼어들었습니다. 그것은 소유욕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먼지는 먼지를 불러 우리의 거울은 흐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물질이 마음을 가리어, 각종 균을 창궐케 하였으며, 우리들 본래의 복전은 다툼 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까마득히 잃어버린 '나'를 찾고자 합니다.
청정한 마음 한 번, 청정한 빛 한 줄기, 청정한 풀씨 한 톨을 헹구어 푸른 하늘 아래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터가 삭막하고 혼탁하여도, 연꽃이 진흙탕에 오리려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자신의 둘레를 맑고 향기롭게 가꾸듯, 우리 또한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고자 합니다.
부디, 남의 허물을 탓하기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시며, 온화한 인품으로 성냄을, 베푸는 일로 인색함을 물리치게 하시고 내 만족과 내 행복을 찾기 전에 나보다 더 불행한 이웃을 돌아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음 한 점 미소를 나누어 가지며, 빛 한 줄기 기쁨을 전하며, 풀씨 한 톨을 가꾸며 살게 하소서.
'나' 혼자가 아닌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시어 종이 한 장도 아껴 쓰고, 밥풀 하나도 덜 버리는 마음, 늘 챙기게 하시고, 내가 먼저 양보하고, 내가 먼저 칭찬하는 사람 되게 하소서.
후일, 우리가 오늘 후손으로 부터 빌려서 살고 간 이 세상에 맑고 향기로운 바람 한 줄기 더한 기쁨 누리게 하소서.

1994년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모임 발족 발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