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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25-10-31

    법정스님 책읽기 모임 10월 28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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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모음


<방황하는 나무들>


나무들이 설 자리는 허공이 아니라 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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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 땅은 어디지요?”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출가할 뜻을 지니고

산사(山寺)를 찾는 젊음들이 적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호흡하기엔 너무나 살벌하고 흐린 세상 탓이였을까요?

그들은 생동하는 세상을 살아보기도 전에

미리 기권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생에서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평생을 일상적인 범속(凡俗)에 묻혀 흘려버린 생애도 

행복하다 할 수 없지만,

한창 싱싱하게 생의 환희를 누려야 할 젊음들이

정착할 바를 모르고 산문(山門)을 찾아 든다는 것도

분명 슬픈 일입니다.

마치 흙을 벗어난 나무들이

고향을 떠난 지 오래인 나그네의 얼굴에서 처럼

이리저리 트럭에 실린 채 헤매이며

피로와 우수가 깃들어 보이듯 말입니다.

1970년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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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시월.

길상사 도량을 들어서니

울긋불긋 가을옷을 입은 느티나무가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며 포근히 반겨줍니다.

긴 세월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나무.

그에게서는 깊은 편안함과 위안을 느낍니다.

언제나 그 곁에 기대어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 같은…

다양하고 늘 변하는 세상속에서도

본인이 있어야 할, 설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고

세월을,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살아움직이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지나는 바람에게도 기꺼이 한 잎을 내려줄 수 있는 자비심,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든 이웃과 함께임을.


침묵의 느티나무에게서 청정한 대비원력을 배웁니다.


<중생은 자기 중심적인 행위(行爲)에 의해서 몸을 받고,

부처님이나 보살은 청정한 대비원력(大悲願力)으로 몸을 나타낸다.

대비원력은 자기 중심적인 고정관념 아래서는 결코 나올수 없다.

아집을 떠난 순수한 나와 너의 유대에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