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한테 들어라
온갖 꽃들과
가지마다 싱그러운 새순으로 푸르른 4월을 보내며
법정스님의 법문을 모아 만든
‘꽃한테 들어라’를 읽습니다.
풀과 나무들이,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속 뜰을 활짝 열어 보이는 봄날.
꽃을 바라보며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렇게 꽃이
우리 앞에 활짝 문을 열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꽃은 하루아침에 저절로 피어나는 게 아닙니다.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겨우내 그 모진 추위를 이기고, 또 뙤약볕 아래에서
그 시간을 참고 견뎌낸 결실인 것입니다.
자연은 이렇듯 마음껏 꽃을 피우는데 과연
자연 속에 살며 자연의 일부인 우리 자신은
지금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한번 살펴봅니다.
사춘기 시절 조그마한 풀꽃에도 가슴이 뛰고 설레던
그런 감성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인간의 감성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빛이 납니다.
입만 벌리면 돈타령하면서
꽃이 피었는지 달이 뜨는지
전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또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꽃을 통해서 잠시나마 우리 자신 삶의 모습을 되돌아 봅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이 말을 봄철에 맞게 풀이하면
‘언제 어디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그가 서 있는 자리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날 것이다.’
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마치 꽃처럼 남과 비교하지 말고
흉내내거나 닮으려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진달래는 진달래 답게 피면 되고
벚꽃은 벚꽃답게 피면 됩니다.
또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특성을
있는 그대로 활짝 드러내는 것이
참다운 아름다움입니다.
길상사 제일 위쪽에 자리한 진영각 화단에
목단이 귀한 향기를 내며 활짝 피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
단막조작(但莫造作)
지시평상(紙是平常)
일 없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다.
다만 억지로 꾸미지 말라.
있는 그대로가 좋다.
-임제선사-
무사인(無事人)이란 승가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데
어떤 일에 전력투구 열심히 일하지만
그 일에 얽매이지 않는, 빠져들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하면 자기 일에 통달해서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을 말합니다.
봄꽃들이 스스로 아름다운 이 때,
자유롭게 피고지는 꽃들에게서
이 도리를 배웁니다.
<산에 살면 산을 닮고
강가에서 살게 되면 강을 닮는다.
껓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 걑은 인생이 된다.
이게 우주의 조화다.>